“해외서 일하며 여행 하려다 출발도 못하고 돈만 날렸다”

  • 입력 2003년 2월 13일 18시 36분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워크 앤드 트래블(단기취업 및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피해를 보는 대학생들이 잇따르고 있다. 출발이 장기간 지연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취소돼도 환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올해 대학 졸업반인 전모씨(27)는 워크 앤드 트래블에 지원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지난해 8월 출국할 계획이었지만 송출업체인 I사측이 “취업할 직장이 잡히지 않았다”며 차일피일 출발을 미룬 것. 무려 6개월을 기다렸지만 끝내 출국은 무산됐다. 게다가 업체측은 참가비 300만원조차 환불해주지 않았다. 전씨는 최근 법원에 이 업체를 상대로 참가비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대학생 박모씨(22·여)도 지난해 7월 G송출업체와 계약을 하고 11월경 떠날 계획이었으나 결국 출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휴학한 한 학기 내내 할 일 없이 지내야 했다.

피해자들 중 50여명은 지난해 말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취소·환불자 모임’을 만들어 불량 송출업체들을 성토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에서 주관해 1999년부터 국내에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미국 내 놀이공원이나 호텔, 국립공원, 리조트 등지에서 4∼5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1개월간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한 것.

200만∼300만원의 참가비를 내면 미국 직장에서 월 100만∼120만원의 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영어까지 배울 수 있어 최근 지원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은 1500여명. 올해는 2500여명이 지원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영세한 송출업체=현재 노동부에 등록된 26개 해외송출업체 중 워크 앤드 트래블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7개 정도. 여기에 무등록 업체까지 포함하면 20여개가 영업 중이다.

송출업체들은 미국 현지 고용주와 계약을 하고 학생들을 보내지만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은 현지 고용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미국측 대리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따라서 고용주가 대리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송출업체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경기가 악화되면서 고용주들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다른 고용주와 접촉해 ‘길’을 터야 하지만 현지 대리업체에 의존하다 보니 송출업체들은 무작정 출발을 연기하고 있는 게 현실.

▽허술한 관리 감독=송출업 등록 요건이 개인사업자인 경우 납입자본금 제한이 없고(법인은 5000만원) 10평 이상의 사무실과 5000만원의 보증보험에만 가입하면 되는 등 너무 느슨한 것이 부작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분기에 한 번씩 송출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취업장소, 근로시간, 직종 등에 대해 실사하고 있지만 형식적이어서 피해 사례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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