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老선배들 모교위해 쌈짓돈 모아

  • 입력 2003년 1월 28일 2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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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지난 지금까지 내 혼자만 열심히 살아온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모교를 위해 조그만한 성의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28일 오전 영남대 대외협력팀으로 편지와 함께 50만원이 든 편지가 날아 들었다. 인천에 사는 하모씨(61)는 편지에서 “모교에서 학교발전기금을 위해 장학금 돌려주기 운동을 편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65년 상학과에 입학한 뒤 받은 장학금은 어려웠던 시절 대학공부를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영남대가 지난달 중순부터 동문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이 잔잔한 감동을 낳고 있다. 재학 중 장학금을 받았던 동문에게 장학금의 일부라도 후배를 위해 되돌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65년부터 91년까지 장학금을 받은 동문 3만 5000명 가운데 주소를 확인한 2만 여명을 대상으로 ‘학창시절을 돌아보고 후배를 생각해 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편지 속에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증서를 상장 형식으로 만들어 동봉했다. 학교 관계자는 “자녀들이 부모님의 학창시절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학금을 받으며 어렵게 공부한 부모세대를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을 듣고 현재까지 장학금을 돌려준 졸업생은 60여명으로 액수로는 6000여만원에 이른다. 1000만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한 액수의 장학금이 돌아오고 있다. 액수가 작은 발전기금은 학교를 직접 방문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발전기금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이 대학 이무석(李茂碩) 대외협력팀장은 “형편이 나아지면 학생 때 받았던 장학금은 꼭 돌려주겠다는 격려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발전기금이라면 거액만 생각하는 분위기를 바꾸고 모교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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