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먼데이]아파트관리 대상 갈현 현대1차APT 부녀회

  • 입력 2003년 1월 12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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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은평구 갈현동 현대1차아파트의 부녀회원들이 주민 화합을 위해 부녀회가 마련한 새해 인사카드 알림판을 보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춘화씨, 강필녀씨, 서랑숙 회장, 최추자 총무. -이종승기자
12일 은평구 갈현동 현대1차아파트의 부녀회원들이 주민 화합을 위해 부녀회가 마련한 새해 인사카드 알림판을 보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춘화씨, 강필녀씨, 서랑숙 회장, 최추자 총무. -이종승기자
콘크리트 벽이 서로를 갈라놓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주민들은 대개 콘크리트 벽의 차가운 기운만큼이나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74개 아파트 단지가 참가한 아파트관리 우수 단지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한 은평구 갈현동 현대1차아파트 부녀회는 이웃 간의 닫힌 벽을 허물었다.

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주민들이 서로에게 새해 인사말을 전할 수 있도록 부녀회가 마련한 대형 카드 알림판을 만난다.

“3%의 소금물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새해에는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이 되세요.”

“돈 돈 돈, 부∼자 되세요.”

1996년 12월 입주와 동시에 구성된 부녀회의 친밀감은 회원의 호칭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들은 서로 ‘형님’ ‘동생’이라고 부른다. 다른 아파트에서처럼 ‘몇 호 어머니’, ‘누구네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것.

부녀회 총무인 최추자(崔秋子·37)씨는 “‘형님’이라는 용어를 집안에서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이 아파트에서는 주민들간에도 써 놀랐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외출할 때 어린이를 옆집에 맡기는 것이 평범한 일이다. 주부가 며칠 동안 집을 비울 사정이 있으면 부녀회가 이 가정의 남편과 아이의 식사를 책임진다.

‘품앗이’도 흔히 있는 일. 매년 11월 말부터 2주간 열리는 ‘김장 품앗이’ 때는 부녀회원들이 각 가정을 돌면서 40∼50 포기씩 김장을 한다.

또 경조사 품앗이를 위해 병원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나르기도 하고 조문하지 못하는 가정을 돌며 조의금도 받는다.

주민 최금현(崔錦鉉·43)씨는 “김장하는 집에서 주민을 위해 돼지고기 수육을 장만하는 전통이 생겼는데 매일 김치에 싸먹느라 품앗이가 끝나면 몸무게가 몇 ㎏씩 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녀회의 이 같은 활동 덕분인지 이 아파트는 다른 곳에 비해 이사율이 낮은 편이다. 96년 입주한 278세대 중 70%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정월 대보름인 내달 15일에는 주민들이 찰밥과 나물을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부녀회에서 음식을 준비할 예정.

회장 서랑숙(徐朗淑·44)씨는 “세태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지만 서로가 마음을 열고 한 발짝씩만 다가선다면 정이 넘치는 살맛 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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