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선조들의 나무심기 지혜

  • 입력 2002년 12월 11일 20시 39분


우리 선조들은 나무를 고를 때와 심을 때 장소와 수종 선택에 신중했음을 알 수 있다.

‘대추나무는 서쪽에 심어야 자손이 번창하고 가축이 잘 자란다’ ‘느릅나무는 집 뒤에 심어야 복락을 누릴 수 있다’ ‘회화나무를 중문에 세 그루 심으면 부귀한다’ 등으로 이는 홍만선(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수종선택과 배식방법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므로 오늘날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집안에 지나치게 큰 나무를 심으면 무성한 가지가 공기 흐름을 막아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고, 대나무와 같은 뿌리가 튼튼하고 잘 뻗는 나무를 심으면 지반에 틈새가 생겨 건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되도록 피하는게 좋다.

어느 가문을 막론하고 제사상에 올리는 과실이 있다. 대추, 밤, 감 등이 그것들이다.

흔히 나무는 꽃이 필 때 비바람이 불면 수정이 잘 되지 않아 많은 열매를 맺지 않으나, 대추나무는 흔들릴수록 결실이 잘 돼 ‘많은 흔들림이 있어도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대추를 제사상에 올렸다는 속설이 있다 .

또 밤은 다른 식물과 달리 떡잎이 먼저 나오지 않고 뿌리를 먼저 내리게 하는 바, 뿌리에서 줄기가 나오고 잎이 나오듯이 자신을 희생, 자식을 길렀기 때문에 조상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는 마음에서 올렸다는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감은 뿌리가 가장 깊게 뻗는 감나무와 같이 굳건히 대를 이어 가라는 조상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올렸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나무 한 그루 심는 것과 그 열매 한 알을 이용하는데도 이처럼 깊은 철학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니 놀라울 뿐이다.

이정웅/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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