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한국인' 만든 46명 적발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5시 22분


불법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뒤 불법적으로 호적을 취득하는 속칭 '호적 세탁'을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불법 체류자들과 이를 도운 브로커, 관련 공무원 등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호적 세탁을 통한 '가짜 한국인'이 만들어지는 전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검 외사부(안창호·安昌浩 부장검사)는 10일 △허위 출생 신고 △고아를 가장한 취적(就籍) 허가 신청 △허위 국적회복 신청 등을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혐의로 조선족 윤춘자씨(39·여)와 윤씨의 호적세탁을 도운 혐의로 브로커 조경장씨(79·법무사) 등 호적세탁 사범 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윤씨와 조씨 등 26명을 구속 기소하고 14명을 불구속 기소, 6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4월 윤씨에게서 "한국 호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호적 제공자와 출생증명 보증자를 구해 허위 출생신고를 한 뒤 호적에 올려주고 그 대가로 12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불법 체류자들이 허위로 호적을 만든 뒤 이를 근거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발급받아 국내 회사에 취직하거나 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거액을 받고 조선족 등에게 비자를 불법 발급한 혐의로 베이징(北京)주재 전 한국영사 양승권씨(58)와 선양(瀋陽)주재 전 한국 부영사 최종관씨(45) 등 공무원 4명을 적발해 양씨와 최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지명수배했다.

최씨는 99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브로커 정모씨(지명수배)의 청탁을 받아 89차례에 걸쳐 조선족 261명에게 불법 비자를 발급한 혐의다. 검찰은 최씨의 홍콩 비밀계좌에서 정씨에게서 받은 뇌물로 보이는 10만달러를 포함해 60만달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해 10월 브로커 장모씨(구속기소)에게서 5차례에 걸쳐 불법 비자발급 대가로 2만3000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정씨와 장씨를 포함해 비자발급 알선 브로커 8명을 적발해 장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정씨 등 4명을 지명수배했으며 중국 선양에서 주로 활동한 브로커 유모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호적세탁 등을 통한 불법 입국이 사회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월에는 중국 본토의 거대 폭력조직인 '흑사회'(黑社會) 조직원들이 불법 입국해 불법 도박장 운영 등의 활동을 하다가 검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기관에 수사 결과를 통보해 호적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업무지침을 마련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허위공문서작성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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