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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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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에서는 “아무리 회사 차량이라고 해도 본인의 잘못이므로 각자 벌금을 내라”고 밝혔다. 직원들은 이제 모두 어느 도로에서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운전을 한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중 ‘신호위반’에서 비롯된 사고는 약 8%에 이른다.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이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통법규 위반 신고보상제’가 ‘카파라치’를 양산함으로써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시경 관계자는 “신고보상금제 실시 후 ‘신호위반’이나 ‘교차로통행방법 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또 이 제도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2848곳의 불합리한 교통시설이 개선됐다는 ‘성과’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제 신고 건수는 올해 7월 말까지 400만건을 넘어섰고 건당 2000원(추석 이전엔 3000원)씩 지급하는 보상금 지급액도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만 해도 7월말까지 교통법규위반 신고 건수는 모두 132만여건으로 신고보상금이 40억원에 육박했다. 위반 항목별로는 신호위반(30%)이 가장 많고 갓길통행(29%)과 전용차로 통행위반(19%)이 뒤를 이었다. 교통법규위반 차량을 전문적으로 찍는 카파라치의 수는 전국적으로 2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에서 교통위반 신고촬영이 집중되는 곳은 강남구.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한 교통법규 위반 신고는 강남경찰서가 전체의 17.9%를 차지했고, 2위는 수서경찰서, 3위는 송파경찰서가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이렇게 숨어서 촬영하는 ‘카파라치’에 대해 운전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규위반 사실확인서가 위반 운전자들에게 전달되는 기간이 4개월 이상 걸린다. 이런 행정절차 때문에 동일한 위반인 줄 모르고 같은 지점에서 계속 위반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사고 예방’의 원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것이다.
회사원 이상원씨(33)는 “사진에 분명히 1차로로 달리는 것으로 촬영돼 있는데도 위반항목이 ‘갓길통행 위반’이라고 쓰여 있어 황당했다”며 “퇴근 후 경찰서에 항의하러 갔는데 ‘근무 시간 중’에 오라는 소리를 듣고 더 할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 ‘카파라치’가 법규를 잘 모르거나 실수로 잘못 찍은 사진까지도 경찰이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고 운전자들에게 확인서를 보내 운전자가 경찰서를 찾아가 ‘위반이 아닌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진촬영꾼’과 운전자들의 마찰이 심해지자 경찰청은 무인 속도위반 카메라에 ‘신호위반’까지 단속할 수 있는 신형 카메라를 보급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8대, 인천에 4대, 경기지역에 8대 등 수도권에만 20대를 설치했다. 경찰청은 2005년까지 전국에 1500여대의 무인 신호위반단속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신고보상금제가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신호를 지켜야 한다는 운전자들의 의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 의해 보상금 없는 신고제도로 변경해 나가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교종법규 위반별 교통사고 현황(2001년 기준) | ||
| 항목 | 적발 건수 | 비율(%) |
| 안전운전 불이행 | 166,104 | 63.7 |
| 신호 위반 | 20,598 | 7.9 |
|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 | 18,102 | 6.9 |
| 안전거리 미확보 | 16,248 | 6.2 |
| 중앙선 침범 | 16,147 | 6.2 |
| 과속 | 781 | 0.3 |
| 기타 | 22,599 | 8.7 |
(자료:경찰청)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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