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북 문화계 친일-사상논쟁 시끌…未堂시문학제 백지화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59분


최근 전북 도내 문화계에서 작가의 친일행적과 작품의 사상성 논쟁 등으로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인협회 전북 고창지부가 열려던 미당 시문학제가 서정주(徐廷柱·1915∼2000)시인의 친일행적 논란에 휘말려 백지화됐다.

문인협회 고창지부는 미당의 고향인 고창군 아산면 질마재에 세워진 ‘미당 시문학관’ 개관 1주년을 맞아 문학세미나와 강연회, 백일장, 시 낭송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제1회 미당 시문학제를 11월 2∼4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미당의 친일행적과 군사정권 옹호 경력을 들어 문학제 개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행정기관의 예산지원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문인협회는 “논쟁이 재현돼 문학제의 당초 추진 의도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행사 개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려던 북한의 대표적 교향곡 ‘피바다’도 최근 발생한 북한 핵문제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으로 취소됐다.

99년부터 ‘아리랑’등 북한음악을 세차례나 연주했던 전주시향은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등으로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안에 사회주의 항일투쟁을 그린 피바다교향곡을 연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고 때마침 북한 핵문제가 터지면서 “오해의 소지가 많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취소됐고 전주시는 오히려 “시와 상의없이 공연을 추진한 관계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당과 함께 친일행적이 문제가 됐던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蔡萬植·1902∼1950)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당초 예정대로 25일 열린다.

이번 행사는 채만식문학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백일장대회를 내용으로 그의 고향 군산에 세워진 채만식문학관에서 열린다.

주최측은 “작가 스스로 친일행적을 참회한만큼 그가 거둔 문학적 성과는 제대로 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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