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정책발표… 논란일면 “검토중” 못믿을 서울市政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6시 51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정책을 발표하고 정책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일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최근 서울시와 시 산하단체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잇달아 ‘선심성’ 정책을 발표해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18일 시의회에서 “2003년 1월부터 강남 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시작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아직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았고 서울대 앞 관악IC 설치를 놓고 서울대측과 갈등을 빚고 있어 2003년 1월 착공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2003년 1월 착공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 “시의회에 보고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업무보고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문화관광국은 이 달 초 “한양 도성의 북대문인 성북구 삼청동 숙정문(肅靖門·사적 제10호)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8월에도 숙정문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가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개방 불가를 통보 받은 바 있다. 문화재청 역시 보안상 숙정문 개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처럼 숙정문 개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도 서울시는 이번에 다시 개방계획을 발표한 것. 이에 대해 시 문화관광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개방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개방을 위해 한번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책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일면 무책임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18일 공공임대주택 10만호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노원구의 노원지구와 중계지구, 강동구의 강일지구 구로지구 은평지구 등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우선 해제지역 5곳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임대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원구가 21일 임대주택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노원 중계지구에 임대주택을 건설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노원구가 괜히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취임 이후 치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인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서울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책은 차분하고 실질적이며 구체적이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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