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다양한 문화체험…"삶이 풍성해져요"

  • 입력 2002년 9월 18일 21시 11분


17일 오후 6시 인천 남구 도화동 95의 9 동서사회문화연구원 강의실.

50여명의 수강생들이 김흥규(金興圭·62·인하대 교육학과 교수) 원장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9·11 테러 사태가 발생하고 며칠 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민담화문을 발표할 때 어떤 색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지요?”

수강생 중 일부가 빨간 색이나 검은 색이라고 답했다.

“아니 파란 색이었어요. 미국에서 파란 색은 심리학적으로 ‘안정’과 ‘침착’이란 뜻을 담고 있지요. 부시 대통령은 테러 후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안정을 위해 파란 색 넥타이를 맨 것입니다.”

수강생들은 미국의 ‘컬러 문화’를 다소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강의 주제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세계 각국의 문화적 특징을 ‘컬러문화’ ‘선물문화’ ‘접대문화’란 소주제로 나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강의였다.

이 연구원 강의실 벽에는 ‘문화는 경쟁력이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세계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시민 모두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의 하나라는 뜻이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홍성근씨(52·조직혁신네트워크 대표)는 “제각기 다른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안목과 지식을 갖추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성패의 관건”이라며 “기업체조직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5년 설립된 이 연구원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열린 대학’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구원 설립은 현 이사장인 박용준씨(56)가 지역교육 발전에 기여할 일을 찾던 중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인하대 사회교육원 ‘시민대학’을 설립한 김흥규 교수를 만나면서 이뤄졌다.

박씨는 자신의 땅에 2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여 이 연구원을 설립해 김 교수에게 맡겼다.

매주 화요일 오후 6시에 열리는 강좌는 관심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다.

현재 등록회원은 1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회원들은 주부와 교사 최고경영자 공무원 목사 자영업자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특히 24일 강좌부터는 조별로 주제를 정해 각국의 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회원들이 강단에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지난해에는 주로 외부에서 초청한 인사들의 강의가 열렸다. 윤은기 정보전략연구소장, 강영숙 예지원 원장, 유태종 고려대 명예교수,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등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60여차례의 교양강좌를 가졌다.

무료강좌라 수익이 없어 운영비는 김 원장이 출강하는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강의료로 충당하고 있다.

김 원장은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이 있으면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 질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양식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동서사회문화원 운영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032-882-0577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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