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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10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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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월드컵 대회가 끝난뒤 현대가 문수경기장을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연간 30억원씩 10년간 임대하라”는 것. 이 금액은 스포츠 마케팅사에서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한 금액이라고 시는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500억원을 들여 건립한 경기장을 현대에 ‘상납’한다”는 비난도 있었으나 관리비 충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받아들였다. 포항제철 등은 자신들이 직접 전용구장을 건립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현대가 이 제안을 충분히 수용할 것으로 시는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는 “연간 1억여원에 공설운동장을 전용구장으로 임대하고 있는 만큼 문수경기장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최근 잔디구장과 선수대기실 등 문수경기장의 ‘축구 필수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일반에게 임대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현대가 계속 버티는 마당에 관리비 충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시의 설명.
“임대료가 비싸다”며 버티는 현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않다.
현대중공업이 본사 소재지인 울산을 연고지로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면서 문수경기장 임대와 관련해 내세우는 논리는 너무 옹졸하다는 느낌이다.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매출액 3조7900여억원에 영업이익 2900여억원을 올렸다.
울산석유화학공단내 ㈜SK가 95년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내세워 “2005년까지 10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해 울산대공원을 조성, 시에 기증하겠다”고 밝힌뒤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것과 너무 대비된다.
요즘 축구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람이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이고, 정 회장이 현대중공업 사주이기에 더 더욱 그렇다.
“울산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시민들의 물음에 이제 현대가 답할 차례다.
<울산에서>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