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서 기업인에 먼저 접근" 정성홍씨 공판서 진술

  • 입력 2002년 7월 15일 18시 45분


“국가정보원이 먼저 접근한 기업인은 문제가 생길 경우 알아서 해결해준다.”

정성홍(丁聖弘·구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공판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정씨는 MCI코리아 회장 진승현(陳承鉉)씨가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제2차장을 통해 권 전 고문을 만나도록 연결해준 인물.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영화(朴永化) 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씨는 “진승현이 우리가 먼저 접근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해줘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해준다’는 식으로 챙겨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나쁘게 얘기하자면 국정원이 한 기업인을 먼저 이용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진씨가 금융감독원 조사 등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국정원이 진씨를 권 전 고문에게 소개시켜 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려 했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또 “승현이가 여러 사람들에게 돈을 줬다는 리스트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당시에도 국정원은 사회적 파장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리스트 대상에 오른 사람 중에는 권 전 고문뿐만 아니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과 실세들이 거의 전부 포함돼 있었다”며 “공개될 경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씨는 검찰이 “그렇다면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이냐”고 잇따라 추궁하자 “그런 것은 없고 소문만 많이 나돌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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