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파리들저리가…이제 음식 안 남길거야”

  • 입력 2002년 7월 15일 00시 50분


“하하하, 고맙다 얘들아. 너희가 남긴 음식 잘 먹을께.”

12일 오전 11시. 3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경기 부천시민회관(원미구 중동 788) 소강당에서는 이색적인 연극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4∼6세 어린이들이 무대에 오른 배우들과 연신 말 씨름을 벌이면서 주인공의 대사에 맞장구를 치고 있던 것.

무대 위에서 음식에 날아다니며 전염병을 옮기는 파리로 분장한 배우가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모형 주변을 맴돌며 계속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자 객석에서는 “아니에요∼” “저리 가∼”라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어린이 여러분은 우리 파리를 위해 음식을 계속 남겨 주겠지?”

‘파리’가 다시 묻자 어린이 관객들은 일제히 “음식 안 남길 거에요. 그건 나쁜 거에요”라고 외쳤다.

이윽고 엄마가 등장해 파리를 쫓고 쓰레기통을 비우자 아이들은 너나없이 박수를 쳤다.

그러고나서 주인공인 어린이 ‘푸름이’가 무대에 올라 음식을 골고루 먹고 남기지 않으며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밥상 지킴이 선서’를 읽어내려가자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따라 외쳤다.

50여분에 걸친 이 공연은 평소 군것질과 편식을 즐기는 푸름이가 하룻밤새 겪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담고 있다.

어느날 변비가 생겨 저녁밥을 거르면서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꿈속에서 토끼와 너구리 등을 만나 건강식단 위생식단 알뜰식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편식을 하면 몸에 좋지 않다는 뜻에서 연극 제목도 ‘토끼똥? 황금똥!’으로 붙였다.

특히 이 연극은 탄생 배경이 이채롭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야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올해 초 부천시가 1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자체 제작한 것.

부천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생 1만2000여명을 관객으로 설정했다.

시나리오와 공연은 부천시연극협회가 맡아 3달 넘게 공을 들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즐거움을 주고 교육 효과도 얻기 위해 50여분의 짧은 공연이지만 4명의 작가가 동원됐다. 이 협회 한록수 연극분과 위원장은 “흥미유발과 함께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음악과 다양한 소품을 동원하고 아이들의 지도교사들과도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쳤다”고 말했다.

7일부터 시작된 하루 2차례 공연(오전 10시30분, 11시40분)에 벌써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녀갔다.

부천시 종석목 위생팀장은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공연을 전후해 설문과 토론회를 여는 등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꿔주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내년부터는 이 연극을 초등학생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할 경우 실비 차원의 경비지원을 받고 출장공연도 해 줄 방침이다.

19일까지 계속되는 공연은 단체 관람이 대부분이지만 원하는 시민은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으면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단 17일엔 공연을 쉰다. 032-320-2401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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