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교육위원 책임 막중하다

  • 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21분


새 교육위원 146명이 당선됐다. 4년 간 교육자치를 책임질 이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기 전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는 탈법 불법이 기승을 부린 유례 없는 혼탁선거였다. 선거 결과 전교조가 지지하는 후보 25명이 당선되는 등 교육위원회 운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91년 교육자치제가 본격 도입된 이후 교육위원회는 ‘복마전’으로 불리고 있다. 일부 교육위원들은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아이들 볼까 두려운’ 비교육적인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교육위원이라는 자리는 이런 부적격자들에게 맡기기에 너무나 중요한 역할과 권한을 지닌다. 교육청별로 연간 수조원씩 예산을 집행하고 학교교육과 관련된 중요 정책을 결정한다. 우선 불법으로 당선된 사람들을 걸러내는 일이 시급하다. 아울러 교육 소비자들은 각종 비리에 대한 감시의 눈을 밝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각종 교육단체들은 서로 자기사람을 교육위원에 당선시키겠다며 후보를 내세웠다. 교육계 여러 세력들의 힘 겨루기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위원들 사이에 인맥 학맥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교육은 안중에 없고 세력다툼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위원들은 교육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 아닌, 나라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활동을 펴나가야 마땅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거제도의 미흡한 점도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운영위 위원 11만여명으로 구성된 유권자들이 후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과열을 우려해 후보와 유권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소견발표회 2회, 선거공보 1회 발행으로 못박고 있다. 이처럼 기회가 제한된 데다 소견 발표장마저도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최소한 후보자가 누군지 알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하며 유권자들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후보자를 가려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