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사고死' 아들 보상금 1억 쾌척

  • 입력 2002년 7월 11일 02시 24분


30여년 동안 농민운동을 해온 50대 농업인이 사고로 숨진 아들의 재해보상금을 농민을 위한 기금으로 내놨다.

경남 고성군에서 70년대 중반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 등 농민운동을 펼쳐온 이호원(李鎬元·54)씨는 이달 초 고성군 농민회를 찾아 기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기탁했다.

그가 내놓은 돈은 울산지역 건설현장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하던 아들(26)이 5월 23일 작업장에서 안전사고로 숨진 뒤 지급받은 산업재해보상금.

이씨는 거액을 쾌척하면서 “농민운동이 민족과 나라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으로서 ‘진정 아들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가족들과 의논 끝에 농민회 기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 저 세상으로 떠난 아들도 흡족해 할 것”이라면서도 “대외적으로 알릴만한 일은 못된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아들은 올 가을 결혼할 계획이었다.고성군 농민회(회장 김한구)는 이씨의 뜻을 기리기로 하고 활용방안을 강구 중이다.

고성군 농민회 회장을 거쳐 92년부터 95년까지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의장을 역임한 이씨는 현재 고성민주단체협의회 상임의장을 맡고 있으며 고성군 마암면 두호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전농 경남도연맹 강기갑(姜基甲)의장은 “과묵한 성격에 실천을 앞세우는 이씨는 젊은 시절부터 우리밀살리기 운동과 농축물수입개방 반대 등에 앞장서 온 진정한 농민운동가”라고 말했다.

고성〓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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