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최태욱-김남일 배출 인천 부평高 열광

  • 입력 2002년 6월 15일 02시 01분


“16강 진출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선배들이 꼭 해낼 줄 알았습니다.”

14일 밤 한국과 포르투갈전에서 1대 0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이천수 최태욱(26회·2000년 졸업) 김남일(22회·1996년 졸업) 등 3명의 대표 선수를 배출한 인천 부평고(부평구 부평4동) 운동장은 ‘와∼’하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이날 운동장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으로 경기를 지켜본 10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 주민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 얼싸안고 발을 굴렀다.

비록 이날 선발 출장하지는 않았지만 이천수 최태욱 등 동기생을 길러낸 이 학교 축구팀 임종헌 감독(36·11회 졸업)도 연방 “잘했다. 정말 큰 일을 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평고에는 이날 오후 5시부터 48명의 축구부원을 비롯한 학생과 교직원들이 저마다 얼굴에 태극기를 그려 넣고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은 채 꽹과리와 북 등을 쉴 새 없이 쳐대며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부평동은 물론 인근 갈산동 등에서도 100여명의 주민들이 응원장을 찾았고 전날까지 고된 선거운동에 시달렸던 부평지역 지방선거 당선자들도 학생들과 어울려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 학교 동문회에서는 한국팀의 승리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돼지 2마리를 잡아 바비큐를 준비하고 음료수를 내놓아 응원장은 처음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88년 졸업생인 박정환씨(33·부평구 갈산동)는 “편안한 것만 생각해 집에서 경기를 봤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라며 “뜨거운 응원의 물결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실 교장(61)은 “오늘만큼은 대한민국 어디나 다 경기장이었다”며 “밤이 새도록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지만 학생의 본분은 학업인 만큼 서둘러 귀가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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