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거사범 늑장재판 논란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37분


선거사범에 대한 늑장재판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조차도 법에 정해진 재판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선거법)’ 제270조는 선거사범의 조속처리를 위해 1심은 기소 후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前審)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판결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역 의원 4명에 대해 항소심 판결이 난지 6개월 가까이 됐는데도 판결 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

▽상고심 현황〓현재 대법원에는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서울 종로) 정재문(鄭在文·부산 부산진갑) 의원과 민주당 박용호(朴容琥·인천 서-강화을) 장정언(張正彦·제주 북제주군) 의원 등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계류돼 있다.

이들 중 정인봉 의원과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11일 항소심 재판이 끝났고 정재문 의원과 장 의원은 각각 지난해 11월7일과 올 1월31일 항소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들은 모두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 김호일(金浩一) 전 의원과 민주당 장성민(張誠珉) 전 의원은 올 1∼5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들에 대한 상고심 판결도 항소심 판결 후 5∼7개월 만에 내려졌다.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경성비리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이 선고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도 재판이 시작된 지 4년이 다 되도록 판결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해명〓대법원 관계자는 “선거법에 정해진 대로 항소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상고심 판결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대법원으로 기록이 보내지고 피고인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는 등의 필요한 절차가 진행되는데 두달 가까이 소요된다”며 “선거사범 재판은 당사자들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어 치열하게 다투기 때문에 충분한 심리를 위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망〓선거법상 다음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8월8일로 예정돼 있다. 또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려면 선거일 30일 이전에 재판이 확정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의원들 지역구에서 8월8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려면 늦어도 7월9일까지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선고는 각 재판부 고유 권한이므로 언제 어떻게 내려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안팎에서는 정치상황과 ‘늑장재판’에 대한 비판여론 등으로 인해 7월9일 이전에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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