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창의성 중시…英才 선발기준 바뀐다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24분


수학 1등과 과학 홈페이지를 잘 만든 학생.

두 사람 중 과연 누가 ‘과학 영재’일까. 예전에는 두말할 것 없이 수학 1등이었지만, 내년에 문을 여는 부산영재고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첫 과학영재학교인 부산영재고가 6월 7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서류 전형, 필기시험, 3박4일의 과학캠프 등 3단계 평가를 통해 144명의 영재를 선발한다. 관건은 역시 과학 영재를 판별하는 기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실장(영재교육연구실)은 “부산영재고는 △과제 집착력 △일반적 지능 △특수한 지능 △논리적·비판적 사고 △확산적 사고 등 크게 5가지 기준으로 과학 영재를 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지도교사가 쓴 영재 추천서와 함께 영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서류와 실적물을 평가한다. 학교 성적과 경시대회 성적은 물론 평소에 써온 관찰이나 실험일지, 독후감, 홈페이지 등 다양한 자료를 낼 수 있다. 2단계 필기시험은 수학과 과학 분야의 창의력을 평가하며, 영재캠프에서는 학생들이 연구과제를 받아 스스로 해결방안을 만든다.

서류 전형에서는 5가지 기준 중 한두 가지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골고루 뽑고, 필기시험에서는 확산적 사고와 특수한 지능 등을 중심으로 영재성을 평가한다. 특히 마지막 캠프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력’과 과학자에 대한 동기가 강조된다.

일반적 지능은 흔히 말하는 ‘지능지수’(IQ)와 비슷하다. 특수한 지능은 수학과 과학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다. 두 가지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대개 학교 성적이 좋다. 그러나 전교 1등도 평준화된 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뿐 영재 수준의 어려운 시험에서는 점수가 낮을 때도 많다. 더구나 다른 능력은 성적과는 큰 상관이 없다.

과제 집착력이 뛰어난 학생은 과학에 대해 강한 흥미를 갖고 있고,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며칠, 몇 달을 한 문제에 몰두한다. 논리적 비판적 사고가 뛰어나면 주어진 상황을 잘 분석하고, 모순된 논리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확산적 사고는 창의성과 관련이 많다. 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답, 때로는 기발하고 엉뚱한 답을 제시한다.

세 가지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경직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성적이 낮을 때도 많지만, 제대로 영재교육을 받으면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

영재학교준비위원회 간사인 이상천 경남대 교수는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숨어 있는 영재를 많이 발굴할 계획”이라며 “실험일기 등 일상생활에 나타난 영재성을 평가해 서류전형에서 이 같은 학생들을 약 30%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지능지수(IQ)로 영재를 따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우뎬 (吳武典)전 세계영재학회장은 “영재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며 “같은 과학 영재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능력을 갖춘 다양한 영재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영재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인 것이다. 아누룻웡 아시아·태평양 영재학회장(태국)도 “과학 영재 선발 방식은 다양해야 하며, 필기시험보다는 수행 평가나 평소 생활에서 나타난 영재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단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영재”라며 “부모들도 영재학교를 고급 입시기관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곳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자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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