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핵심들 치부폭로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52분


현 정권이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권력 핵심에 위치했던 인사들의 ‘내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YS 정권 말기까지만 해도 한보사건으로 내부 권력투쟁이 치열했지만 ‘깃털론’(홍인길·洪仁吉 전 의원), ‘음모론’(김덕룡·金德龍의원) 등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외곽을 때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서는 대통령의 친인척 등 권력의 최고위층까지 직접 거론하는 수준으로 수위가 급상승했다.

대통령 아들의 실명을 최초 발설한 권력핵심부 관계자는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 그는 ‘진승현 게이트’로 궁지에 몰리자 모 일간지와 인터뷰를 갖고 “건달들과 어울리는 김홍일 의원의 무릎을 잡고 ‘형님, 정신차리세요’라고 사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 고위간부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를 제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진씨 사건으로 구속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달 21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탄원서에서 “최규선(崔圭善)씨의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하자 권노갑(權魯甲)씨와 김홍걸(金弘傑)씨가 ‘허위정보를 만들어 유능한 사람을 죽이려 한다’며 노발대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권노갑씨에게 진씨의 돈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해 결국 권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최규선씨 또한 자신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증폭되자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의 3남 홍걸씨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수천만원을 줬다”고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구술한 녹음테이프를 통해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를 해외로 밀항시키기 위한 대책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폭로자의 공통점은 모두 비리 의혹에 깊숙이 개입돼 구속됐다는 점.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소수정권에 레임덕까지 겹쳐 권력의 힘이 약화되자 권력에 기생했던 인물들이 정권을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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