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두번준 어머니…딸에게 신장 떼어준 이병숙씨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38분


“딸자식이 건강을 되찾는 게 어버이날 내가 받을 수 있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일 거예요.”

어버이날인 8일 신장 한쪽을 사랑하는 딸에게 떼어주며 ‘어버이의 내리사랑’을 몸소 실천하게 될 한 어머니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병숙(李炳淑·49·여·오른쪽)씨는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성신부전으로 투병 중인 딸 강혜선(康惠善·29)씨에게 자신의 왼쪽 신장을 떼어주는 수술을 받는다.

강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만인 지난해 8월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았다. 사직서까지 제출하고 치료를 받았지만 계속되는 혈액투석에도 불구하고 병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투병생활에 대한 의지도 약해져 갔다.

그러나 그때마다 강씨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어머니의 눈물겨운 간호와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초등학교의 어린 제자들, 동료 교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강씨는 조직검사 결과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등 가족 모두로부터 신장 기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머니가 가장 적합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번에 어머니의 한쪽 신장을 이식 받기로 한 것.

강씨는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어버이날에 오히려 어머니의 신장까지 받게 돼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완쾌한 뒤 다시 교편을 잡으면 아이들에게 참다운 효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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