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씨 '청와대 해외도피 종용' 공개 "구속 배신감따른 협박용"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4분


구속된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대통령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청와대가 자신에게 해외도피를 종용했다고 공개한 배경과 관련해 ‘배신감에 따른 협박’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씨는 검찰이 18일 영장을 청구하자 당황해하며 태도가 달라졌다. 검찰관계자는 “최씨는 영장청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불안해하며 감정 기복이 매우 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해외도피를 종용했다는 주장은 19일 영장실질심사가 벌어진 법정에서 나왔다.

그는 전날 피부보호용 화장품 10여종과 갈아입을 양복 1벌을 측근을 통해 받았다. 이는 무언가 결심을 하고 준비하는 차원에서 외양을 단정히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출두할 때까지는 믿는 구석이 있었으나 영장청구로 ‘버림받았다’는 판단이 서자 ‘배신감’을 느껴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검찰 주변과 정치권에서는 최씨의 폭로에 ‘협박’의 성격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1억여원을 줬다”고 주장했고 19일에는 “청와대가 해외도피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첫 번째 주장이 ‘권력핵심’과 관련됐다는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라면 두 번째 주장은 그 ‘권력핵심’이 바로 이번 파문의 ‘주요 등장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단계적인 순서를 밟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다음 폭로는 곧바로 ‘권력핵심’을 향할 것임을 암시하며 협박 차원에서 대통령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출두할 때까지 거짓 해명을 계속했다.

최씨는 홍걸씨 등과 함께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의 복표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TPI 주식 보유 경위 및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를 처음 만난 시기 등과 관련해 일관되게 거짓말을 해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가 TPI 관련 의혹의 ‘배후’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하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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