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배짱 약관’ 도마위에

  • 입력 2002년 3월 7일 16시 07분


한 30대 농부가 시골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약관으로 이 농부의 월 소득을 79만9750원으로 추산해 돈(소득 손실액)을 지급한다. 그나마 이 소득의 80%만을 인정해 지급하므로 실제 이 농부가 받는 돈은 최대 64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농부가 소송을 건다면 그가 받을 돈은 128만3375원으로 두 배 가량 많아진다. 법원은 농업 종사자나 가사 노동자 등 월 소득이 없거나 일정하지 않은 이들의 소득을 손보사보다 훨씬 높게 적용할뿐더러 100% 인정하고 있다.

“소송해라, 그러면 주겠다” 는 식으로 운영되는 손보사들의‘ 배짱 약관’ 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7일 손보사들이 법원의 판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약관을 사용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시정을 촉구했다.

소보원 법무보험팀 관계자는 “소송을 하고 싶어도 소액이어서 변호사 찾기도 어려운데다 시간적 손해까지 감수해야 해 대부분 그냥 포기하는 것을 손보사들이 악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소보원은 이같은 배짱 약관들로 △20살 이상∼60살 미만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 한도액을 3200만원으로 정한 것 △동승자 피해 보상시 100%까지 하는 감액 조항 △중간 이자를 공제할 때 이자를 복리로 계산해 떼는 라이프니츠 방식을 사용하는 것 등을 들었다.

법원은 각각의 경우 △사망자 위자료로 5000만원을 기준으로 삼으며 △동승자 감액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 인정하고 △중간 이자를 뗄 때 단리로 이자를 계산하는 호프만 방식(단리 계산)을 적용하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의적인 해석과 보험금의 저가 산정 등 자동차보험 약관과 관련된 분쟁이 늘고 있다” 며 “법원의 판결 기준에 맞도록 약관을 재정비하고 분쟁이 빈발하는 후유 장해 인정방법 등 여러 분야에 대해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손해보험사 약관의 지급기준과 법원 판결기준의 차이
구분약관 지급기준법원 판결기준
사망자 본인 및 유족의 위자료사망자 20세 이상∼60세 미만 3200만원 한도사망자 20세 미만∼60세 이상 2800만원 한도청구권자의 범위 및 지급기준 설정5000만원 범위 내에서 청구권자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음
동승자 피해 보상액 감액동승 유형에 따라 50%까지 피해 보상액 감액무단 동승 또는 강요 동승일 경우 최대 100%까지 감액동승자 피해 보상에 대한 감액을 거의 인정하지 않으나 일부에 한해 감액 인정
월 소득 기준(농업종사자나 가사 노동자의 경우)남녀 구분 없이 월 79만9750원 적용월 가동일수 22일 인정남자 128만3375원여자 85만7750원
중간이자공제방식라이프니츠 방식(복리)호프먼 방식(단리)


자료:한국소비자보호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