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재단 前상임이사 이수동씨,이용호씨에 5000만원 받았다

  • 입력 2002년 2월 20일 22시 50분


아태평화재단 전 상임이사인 이수동(李守東)씨가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지앤지(G&G)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용호 게이트’를 재수사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20일 이용호씨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이수동씨가 2000년 4·13총선 직전에 이용호씨의 돈을 수표로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용호씨의 정치권 로비 혐의를 조사중이다.

특검팀은 이수동씨의 은행 계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이수동씨를 비롯한 아태재단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받은 돈이 이용호씨의 계열사 인터피온(전 대우금속)의 사외이사였던 도모씨 등을 통해 건네진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씨는 99년 4∼6월 이용호씨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동교동, 일산 잘 다녀왔음’ 등의 메모를 남기는 등 이용호씨와 줄곧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용호씨의 정관계 로비를 주선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정치권 로비의 대가로 돈을 받았거나 이용호씨의 사업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한편 이수동씨는 이용호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2000년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이용호씨와 함께 와 돈을 놓고 가 여러 차례 돌려주려 했으나 찾아가지 않아 준공익적 용도에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날 이수동씨가 “(돈을) 재단이나 재단후원회와는 관련없는 용도로 썼다”면서 “이용호씨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며, 그 후에도 이용호씨로부터 아무런 청탁이나 부탁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태재단 임원이 이용호씨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용호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아태재단 측은 이날 “이수동씨는 18일 일신상의 이유로 재단이사직을 사퇴했다”며 “이용호씨와 관련한 어떤 돈도 재단이나 후원회에 입금되거나 전달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검찰 수사 무마 압력 의혹과 관련해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에는 신 전 총장이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를 통해 신 전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가 이용호씨의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는지 등에 관한 질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신 전 총장의 답변서를 정밀 검토한 뒤 신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특검팀은 19일 신 전 총장, 이형택씨 등과 골프 모임을 가진 이범관(李範觀) 서울지검장에게 전화로 모임의 성격과 내용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특검팀은 2000년 5월 이용호씨 사건 수사 라인 가운데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 차장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덕선(李德善) 전 군산지청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수동씨는 40년 DJ맨…'동교동 집사'

1963년 6대 총선 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전남 목포에서 당선한 직후부터 김 대통령을 보좌해 온 ‘동교동 가신 1세대’. 평생 당직이나 공직을 맡지 않고 동교동 집안일만 해와 ‘집사’로 불려왔지만, 가신들 중에서는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김 대통령이 93년 영국에서 돌아와 아태재단을 만든 이후에는 재단 이사로 일해왔으나 재단 살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재단 관계자들의 설명. 김 대통령과 동향(전남 신안군 하의면)이다.

김창혁기자 chang@donga.com

▼연합뉴스 ▼

- '이수동씨 돈수수' 특검수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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