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신입생 동문회비 부과 논란

  • 입력 2002년 2월 16일 17시 38분


올해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에 합격한 김모군(19)은 등록금 고지서와 함께 배포된 ‘기타 납부금’ 고지서에 ‘동문회비’ 항목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의아스러웠다. 상식적으로 동문회비란 졸업생이 동문이나 후배를 위해 내는 돈으로 생각했기 때문.

학교 측은 김군의 문의에 “동문회비를 안 내도 등록은 된다”고 설명했지만 고지서에는 그런 설명은 고사하고 특정 기일까지 납부하라는 지침만 적혀 있었다. 게다가 1만5000원의 동문회비는 오리엔테이션비(5만5000원), 신문방송비(1만원), 학생회비(6만원) 등과 함께 통합 부과돼 있었다.

김군은 등록금 납부 지정 금융기관인 C은행 창구직원에게 “동문회비만 빼고 납부할 수 없느냐”고 물었으나 “고지서의 합산 금액을 모두 내지 않으면 등록금을 완납했다고 볼 수 없고 특정 항목을 꼭 납부해야 하는지는 학교와 상의할 문제”라는 핀잔만 들었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징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졸업생에게 받아야 할 2만원 안팎의 동문회비를 신입생을 대상으로 미리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남서울대 상명대 충남대 충북대 배재대 전남대 경북대 계명대 대구대 등은 학생회비 등과 함께 2만원의 동문회비를 통합 부과하고 있다.

대학들은 “동문회 측의 위탁에 따라 등록금과 함께 고지할 뿐이며 이 돈은 동문회 장학금 등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신입생에게 받아 마련한 돈으로 장학금을 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또 편입학 등으로 중도에 대학을 그만둘 경우 동문회비는 버리는 돈이나 마찬가지.

청주대 총학생회 유재권 문화국장(27·신방과 2년)은 “10여년 째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도 동문회비 부과 철회를 또다시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남대 총학생회 이윤범 학생복지위원장(26·항공우주과학과 4년)은 “동문회비 납부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신입생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며 “최소한 학교 측이 이런 사실을 적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까지 신입생에게 2만5000원의 동문회비를 받았으나 학생들의 반발이 워낙 심하자 올해는 거두지 않기로 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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