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약자용 투표소 만든다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34분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와 진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동불편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별도의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잇따라 치러질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장애인의 권리보호와 선거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조치로 평가된다.

용산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주민 900여명이 거주하는 서빙고동 10, 11통 지역에 투표구를 신설해 구 전체의 투표구를 3개에서 4개로 늘리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시내의 경우 보통 2500명 이상의 주민이 살고 있는 곳에 투표소를 설치해온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배려로 서빙고동 내 장애인의 수는 180여명이며 새로 투표구로 확정된 지역에는 20명 안팎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삼각형 형태의 이 구역은 왼쪽으로 미군부대, 오른쪽으로 8차선 반포로, 아래쪽으로 철로와 한강에 둘러싸여 ‘용산구의 독도’로 불릴 정도로 고립된 지역이다.

이에 따라 동빙고동에 위치한 투표소로 가기 위해서는 8차선 위로 지나는 육교를 건너는 방법밖에 없어 지체장애인들이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편 서울지법 민사항소7부(심상철·沈相哲 부장판사)는 최근 “4·13총선 당시 투표소에 장애인 리프트를 설치하지 않아 투표를 못했다”며 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대로 “국가는 서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투표소가 3층에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실제 투표소에 가지 않았거나 도움 부족으로 투표를 포기한 장애인 3명에 대해서는 1심을 깨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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