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 입력 2002년 1월 24일 20시 16분


親舊..

오래두고 가깝게 사귄 벗이라고 했나..

과연 내가 너를 친구라 부를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감히 내 친구라 부르고 싶구나..

너를 보낸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정말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 같구나..

니 웃고 있는 얼굴에 실컷 욕하고 돌아선지가 엊그제 같은데...

네 녀석이 없다는 걸 빼면 별로 변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현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고.

이제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많이 준 것 같기도 하고..

요즘처럼 많이 힘들때 니가 옆에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기억나니??

미국에서 힘들 때 마다 너에게 전화해서 투정 부리던 나를..

그럴 때 마다 마치 형같은 소리를 해대며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너.

살아 가는게 힘들다 느낄 때면 우리가 자전거 타고 전국일주 할 때

찍은 사진들을 꺼내놓고 '그래, 이 힘든 일도 해냈었는데...'라며 힘을 얻곤 한단다..

아스팔트가 녹아 내리는 것 같은 찜통 더위에,

쏟아지는 폭우를 마치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 마냥 즐거워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던 그 때를 생각하며 말이다..

그 생각은 나니??

내 생일날 니가 파티 해 준다고 준비 다해놓고, 내가 다른 문제로 연락도 없이

늦게 나타 났을때 네 녀석이 맥주병 들고 나 때릴려고 했던거..

그렇게도 친구들끼리의 우정, 사람됨의 기본을 항상 말하곤 했던 너..

그 이후론 너와의 약속엔 절대 늦지 않게 된 우리들....후후

유행가 가사처럼 이젠 추억이 소중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무리 그리워도 이젠 두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걸 알기에..

그래서 좀 더 잘 해주지 못했던 일들만 마음에 남는구나..

얼마 전에 네 녀석이 누워 있는 자릴 찾아 갔었다.

뭐 잘한게 있다고 남들보다 서너배는 많은 자릴 차지하고 있는 건지..

그 잘생긴 얼굴에 웃는 얼굴은 여전히, 변함없이 나를 쳐다 보고 있더구나..

금방이라도 "현태야, 테니스나 한 게임 치러 가자" 하고 뛰쳐 나올 것 처럼....

네 녀석 몫까지 살아주마.

지금은 전혀 그러고 있지 못하지만..

니가 어머님, 아버님께 지은 죄, 우리가 대신 갚아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지구가 둥근 이유가 헤어진 사람들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려고 하느님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누군가 그러더라..

그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날 날이 있지 않겠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널 만났을때 부끄럽지 않게 하마.

그러지 않으면 또 나를 욕할 놈이란걸 아니까..

이젠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으니까,

언제나 우리를, 그리고 너를 기억해주고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길 바란다..

난 참 행복한 놈이다.

우리의 짧은 만남이 어설픈 인연이라 해도,

잠시 스쳐가는 소나기라 할지라도,

너라는 한 인간을 만났으니까 말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도 항상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길..

-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현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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