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뒤엔 과연 누가 있나

  • 입력 2002년 1월 24일 19시 2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대통령의 인척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군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개인 사업을 지원해주도록 청탁한 사실과 금융기관 등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이형택씨는 특히 민간인 신분으로는 접촉이 힘든 군과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씨 배후에 다른 실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호 게이트’가 아니라 ‘이형택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사건이 ‘권력 중심의 비리’로 비화하고 있다. 》

이형택씨의 압력행사 의혹 및 기관별 대응
기관이씨의 지원요청 및 압력행사 의혹각 기관 조치 및 해명
해군보물 발굴사업에 장비 및 인력 지원 요청, 특수부대원들의 탐사 협조 의혹요청 거절했고 특수부대원 탐사 협조 없었음
국정원발굴사업 타당성 확인 요청 경제단이 2000년 초 탐사작업 벌였으나 사업성 없다고 판단해 중지. 지난해 탐사작업에 대해 자체조사 벌임
해양수산청이씨가 발굴사업 이익 지분 약정받은 직후 사업 승인 떨어짐. 이씨 압력 의혹지원 요청 없었고 적법 절차에 따라 승인
금융기관발굴사업 참여 업체의 회사채 재인수 및 삼애인더스 해외전환사채(CB) 인수 관련 산업은행에 압력 의혹. 한빛은행에 보증 압력 의혹정당한 절차 거쳐 채권인수 및 보증. 관행에 따라 CB 인수
금감원이용호의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 무마 외압 의혹외압 없었음

▽해군 보물 발굴사업 지원 요청〓이형택씨는 2000년 1월 충남 계룡대에서 오승렬(吳承烈·현 해군참모차장)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을 만나 “진도 앞바다에서 보물 발굴사업을 하고 있는데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해군은 23일 오 제독이 당시 그 자리에서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서 발굴작업을 했던 일부 사업자들은 “당시 특수부대원 7, 8명이 현장에서 탐사작업을 벌였다”고 말하고 있어 해군이 거짓 해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군은 24일 “혹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사업 지원을 한 특수부대원이 있는지 다시 확인했으나 없었다”며 “예비역을 고용해 탐사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사업 지원〓이형택씨는 99년 말 엄익준(嚴翼駿·사망) 당시 국정원 2차장을 만나 “보물 발굴사업이 성공하면 국가에 큰 도움이 될 테니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윤(金亨允·구속) 당시 국정원 경제단장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 목포출장소는 실제로 2000년 1∼2월 현지에서 탐사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정원 관계자들은 발굴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오세천씨 등을 만나 사업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당시 김 전 단장의 상관이었고 엄 전 차장의 뒤를 이어 2차장에 임명된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도 이 사업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목포 해양수산청 압력 행사 의혹〓해양수산청에 의해 보물 발굴사업 승인이 난 시점은 2000년 11월30일. 이형택씨가 사업 이익 지분 15%를 약정받기로 한 협정서는 11월2일 공증됐다.

또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는 발굴사업으로 20조원대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발표한 뒤 해양수산청에는 예상 수익을 수십억원으로 축소 신고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지분을 약속받은 이형택씨가 해양수산청에 압력을 행사해 사업승인이 떨어졌고 예상수익과 관련한 제재도 무마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업 승인을 한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이형택씨나 청와대 등에서 사업승인과 관련한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 승인이 났다”고 해명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압력 의혹〓이형택씨는 한국산업은행을 상대로 보물 발굴사업에 참여한 건설회사의 회사채를 재인수하고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CB)를 인수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한빛은행이 이 건설회사의 회사채 보증을 서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특검팀은 특히 부도가 나기 직전의 회사에 대해 은행이 지급보증을 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은행은 “회사채 인수나 보증에 어떤 외압도 없었고 적정한 담보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주가조작 조사 무마 압력 의혹〓이형택씨는 지난해 이용호씨가 보물 발굴사업에 참여한 뒤에도 사업 지분을 드러나지 않게 그대로 유지했다.

이용호씨는 이 사업을 발표해 삼애인더스의 주가를 치솟게 만들어 시세차익 256억원을 챙겼다.

이형택씨는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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