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진상 보고받은후 남편 尹씨 거짓회견 지시”

  • 입력 2001년 12월 12일 22시 17분


장세동(張世東)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은 87년 ‘수지 김 살해사건’이 납북미수 사건이 아니라 수지 김의 남편 윤태식(尹泰植·당시 28세)씨가 벌인 자작극이란 사실을 사건 초기 단계부터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 전 부장은 또 윤씨가 귀국하기 전 태국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열도록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지 김 살해 은폐조작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지검 신태영(申泰暎) 1차장은 12일 “장 전 부장을 이틀째 조사한 결과 장 전 부장이 윤씨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한 87년 1월9일 또는 그 이전에 윤씨의 자작극을 보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장 전 부장이 윤씨의 귀국 전부터 진실을 알았는지는 당사자간에 진술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안기부 해외국장 정모씨는 ‘안기부 차장을 통해 장 전부장에게 윤씨의 귀국 전단계부터 윤씨의 행적이 이상하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장 전 부장은 기억에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 부장은 진실을 파악하고도 윤씨가 “납북될 뻔했다”는 기자회견을 열도록 한 것은 “발표 시기를 저울질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장 전 부장이 “남북관계가 부드러워지면 적당한 시기에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같은 해 5월 퇴임하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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