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에는 김 전 국장이 지난해 2월 경찰청장실을 방문해 이 전 청장에게 “사건이 실제로 단순 살인사건이며 외교 관계 및 대북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덮어두자”고 요청했고 이 전 청장은 “알았다”고 대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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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청장은 김 전 국장의 설명을 들은 직후 김모 전 경찰청 외사관리관에게 “국정원에 사건을 넘겨주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또 이 전 청장이 김 전 국장을 만나기 전에 사건 내용을 보고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지난해 1월 말 홍콩 경찰이 수지 김 사건이 단순 살인사건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가 이 전 청장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법적 소송을 통해 기필코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조직을 위해서 일하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서울지법 영장전담 한주한(韓周翰)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어 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청장과 김 전 국장 외에는 경찰과 국정원 관계자들 가운데 형사처벌 대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87년 1월 사건 발생 직후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가 이 사건을 조작, 은폐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한 장세동(張世東) 전 안기부장은 11일 검찰에 나오기로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9일 소환 조사를 받은 당시 안기부 해외담당 차장인 이학봉(李鶴捧) 전 의원은 “당시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