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나간다” 계속 버티는 검찰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42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출석요구안을 처리한 28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공교롭게도 출신지역인 전남 목포와 해남을 방문하는 중이었다.

목포지청과 해남지청을 잇따라 초도순시한 신 총장은 이날 출석요구안 처리에 따른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 총장은 이미 전날 광주검찰청사 준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 불출석’에 대한 확고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와라’ ‘그만두라’ 하고 있다”며 야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총장 출석요구안 처리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도 신 총장의 생각과 다를 바 없었다.

한 검사장은 “출석 요구안이 가결됐더라도 총장이 국회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중립을 훼손한 정치권이 총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은 검찰을 ‘식물조직’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수뇌부의 이 같은 발언은 ‘검찰이 이대로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한 검사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추궁당하면 정치인 수사는 하지 못한다”며 “몇 개의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정치인 수사에 소홀히 했던 일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출석요구안 표결처리가 탄핵소추안 의결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인 비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검의 한 간부는 “정치권은 99년 7월 옷로비 및 파업유도 의혹 사건으로 검찰이 위기에 몰렸을 때 인천지검이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 부부를 구속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검은 26일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다음달 1일에는 전국 특수부장검사 회의를 소집해 검찰총장 법사위 출석 문제 및 대응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평검사들은 “수뇌부가 아직도 국민의 비판에 둔감한 것 같다”며 “이런 때일수록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신 총장과 수뇌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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