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나라당 안경률의원 폭언 물의

  • 입력 2001년 11월 27일 20시 27분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기장군 여성 간부 공무원 등에게 폭언을 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20일 발생한 사건의 전모는 당시 안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던 한 직원이 22일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결국 안 의원이 24일 해당 직원과 직협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과정이야 어떻든 안 의원은 "군청 과장이면 다야.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당신 유권자야? 나는 유권자 하나도 안 무서워. 이것들이 감히…"라며 민의의 대변자라는 사람이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었다.

인터넷에는 안 의원을 비난하는 공무원과 네티즌들의 글이 1000건 이상 쏟아졌다. 안 의원의 홈페이지는 아예 접속 자체가 안됐다.

육두문자를 사용한 험악한 글에서부터 의원이라는 이름 값을 해 주면 좋겠다는 점잖은 글까지 이어졌다. 안 의원을 규탄하고 정치인의 사고방식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시대착오적인 글도 올랐다.

이 사실을 보도한 본 기자의 메일에는 한나라당이 여당인 부산지역에서 당연한 것 아니냐. 당신 어디 출신 기자야라는 글과 함께 국회의원들의 의식을 문제삼아 달라는 용기를 북돋우는 글도 올랐다.

이런 격론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국회의원은 출신지역의 대변인으로서 공사(公私)에서 청렴하고 예의바르며 지역민으로부터 존경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취재기자에게 "지나친 부분이 있다 사과할 뜻이 없다"고 했다가 할 수 없이 여론에 떠밀려 고개를 숙였다.

부산을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오인하고 있는 지역정가, 마치 정권을 차지한 것처럼 여기고 있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차치한다 해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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