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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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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22일 “딱 잘라서 수사를 안한다고는 말 못한다”고 말했다. 진씨가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보였던 “수사의 핵심대상이 아니다”라는 반응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말이다.
그는 “현재는 로비자금 12억5000만원의 향방을 쫓는 것이 수사핵심”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수사하고 싶지만 먼저 치고 나갈 수 없으니 여론을 모아달라’는 주문처럼 비쳐졌다.
검찰의 태도 변화 조짐은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진씨의 로비 가능성을 일부 확인하면서 악화된 여론과도 무관치 않다. 김 의원 측근은 “진씨가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이던 정성홍(丁聖弘)씨와 지난해 총선 때 목포지구당 사무실까지 내려왔지만,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김 의원의 해명이 알려진 직후 “검찰이 살려면 방법은 하나”라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가 ‘모종의 결단’을 앞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갔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야당을 은근히 ‘압박’하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큰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면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을 위해 ‘마지막 칼’을 뽑는 것을 뜻한다. 정치권 로비가 속성상 여권에 많이 몰릴 수밖에 없어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수사의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적당히 여야 몇 명씩 구색을 맞추는 식으로 했다가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수사 착수 결정은 수사의 성공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수사계획이 없다’고 연막을 치면서 내사자료를 수집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수사결과를 내놓을 자신이 생길 때가 수사 착수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돈을 받은 사람의 ‘돈 관리’가 치밀해져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도 검찰엔 부담이다. 또 자금수수 사실이 확인돼도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