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원에 발언저지당한 경남농민회의장의 편지

  • 입력 2001년 11월 15일 06시 28분


“희망으로 씨뿌리고 기쁨으로 가꾸어 보람으로 거두어야 하는 농사가 근심 걱정과 한숨으로 얼룩져있음을 아뢰옵니다.”

지난달 31일 경남도청에서 대통령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가 경호원에게 제지당하고 오찬장에서 끌려나갔던 농민회 경남도연맹 강기갑(姜基甲·51) 의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강 의장이 ‘수모’를 당한 사연이 보도(본보 11월 2일자 A31면)된 직후 청와대 관계자가 경남도연맹을 찾아 유감을 표한 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직언(直言)을 적어 보내주면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에 따라 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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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경남농민회의장의 편지 전문

강 의장은 ‘대통령께 드립니다’는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지금 농촌과 농업, 농민은 정치적으로 외면당하고 경제적으로 가난하며 사회적으로 천시당하여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300만섬 이상의 대북 쌀 지원이 조속히 이뤄지고 정부수매와 농협중앙회 매입분 400만섬의 2등급 가격매입 등이 실현되면 시장가격의 상승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의장은 “군사독재시절인 1978년 대흥동성당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열정과 분노, 정책적 대안의 연설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그 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다면 농업정책의 단추를 다시 끼우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적었다.편지는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도시가 꽃이면 농촌은 뿌리라는 이치를 국민이 깨닫고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결단과 정책 배려를 청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농민회 경남도연맹은 15일 오전 이 편지를 청와대로 발송할 계획이다.경남 사천에서 농고를 졸업한 뒤 71년부터 축산업 등에 종사하며 농민활동에 전념해온 강 의장은 그동안 가톨릭농민회 경남회장,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본부장 등을 지냈다.

<사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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