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발등찍힌 ‘이해찬 1세대’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25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들의 성적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른바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현 고3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가 논란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계 안팎에서 학력 저하 현상에 대한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했지만 한번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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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너무 쉽게 출제돼 큰 어려움을 겪었고 올해는 정반대로 상위권 학생도 쩔쩔맬 정도로 어렵게 나오는 현상이 빚어져 고3생들은 “우리가 교육개혁 실험용이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와 불만은 현 정부가 선진국 교육제도의 겉모습을 무리하게 적용해 실시한 교육 개혁이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교육 개혁〓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98년 10월 당시 이해찬(李海瓚) 교육부 장관은 당시 중학교 3학년인 현 고3생들에게 적용된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점수 위주의 획일적인 대입전형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수능 비중을 축소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논술고사 등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반영해 특기와 적성이 중시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교육부가 이를 “무시험 특별전형 확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일선 고교에서는 “시험 안보고도 대학 간다”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인식이 퍼져 학생들이 공부를 도외시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 뒤 각 대학들이 기묘한 이름을 붙인 특별전형을 신설하는 경쟁이 벌어져 ‘미인대회 입상자’를 뽑는 대학까지 나왔다.

▽학력저하 실태〓고교생들이 학교 공부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실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울 B고의 S교사는 “신입생에게 신상명세서 작성 요령을 자세히 설명한 뒤 작성시켰더니 46명 중 23명이나 잘못 쓴 적이 있다”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학생들의 집중도와 실력이 떨어지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 고교 수학교사는 “1/2+1/3의 정답을 1/5이라고 태연히 대답하는 학생이 많다”며 “전반적으로 공부를 안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된 것도 학교 붕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입시기관 관계자들은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며 “비슷한 난이도의 시험문제를 보면 20점 이상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가 학습 부담을 줄인다며 모의고사와 보충수업을 금지하는 바람에 일선 학부모도 불만이고 교사들도 “학생들의 학습량이 줄어 실력도 떨어졌다”는 반응이다.

▽교육계 학부모 반응〓교육계에서는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것도 교육정책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험생 학부모인 조영권씨(44)는 “새 대입제도를 발표할 때는 시험부담이 없다고 요란하게 떠들더니 시험은 사상 유례 없이 어렵게 냈다”며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왔다갔다 하니 어떻게 교육정책을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고려대 신현석(申鉉錫·교육학) 교수는 “역대 정권이 국민의 관심이 높은 대입제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인기에 영합한 측면이 있다”며 “교육정책은 뚜렷한 목표와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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