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문 비실명화 추진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0분


법원 판결문을 공개할 때 당사자의 실명 등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5일 법원 판례를 편집해 발간하는 ‘판례공보’와 판례모음 CD인 ‘법고을’ 등의 일부 판결문 내용에 피고인을 비롯한 사건 당사자의 실명을 쓰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혼 등 가사 사건 이외의 판결문은 모두 당사자의 이름이 실명으로 기록돼 판례공보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자체 제작해 배포하는 판례공보와 법고을 CD의 판결문 내용이 인터넷 법률 사이트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처럼 판결문에 실명을 사용할 경우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사건 관련자를 비실명 처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판결문은 실명이 원칙이므로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판결문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비실명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또 “판례공보와 법고을 CD 외에 사건 당사자에게 송달되는 판결문은 어떤 경우에도 실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판결문의 사실관계는 정확해야 하므로 당사자 등을 비실명으로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대법원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외국 사례를 조사하는 중인데 미국은 100% 실명을 사용하고 있고 독일 등 유럽에서는 가능한 한 비실명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각종 판례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66개를 조사한 결과 22개 사이트(33.3%)가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발표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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