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밥굶는 여중생에 도시락…엄마들의 '몰래한 선행'

  • 입력 2001년 10월 22일 21시 39분


경기 부천 원미구 도당동 새마을부녀회가 급식비가 없어 점심을 거르는 여중생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부녀회원들이 도시락 싸주기를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실직가장이 늘어난 지난 98년 3월부터.

부녀회장인 이동분씨(54)는 매스컴을 통해 점심을 거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회원 12명과 함께 도시락을 만들어 인근 부천북여중에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벌써 4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회원들은 도시락이 누구에게 전해졌는지 알지 못한다.

양호교사가 결식학생수를 알려주면 그 숫자 만큼의 도시락을 만들어 매점에 맡겨두고 다음날 깨끗이 비워진 도시락을 찾아올 뿐이다.

"얼굴을 마주하면 사춘기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매일 2명씩 당번을 정해 준비한 도시락을 점심시간 전에 매점에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준비하는 도시락 수는 서민경제 사정을 반영하듯 많을 때는 하루 15개까지 늘었다가 이번 학기 들어서는 7개로 줄어들었다.

부녀회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동참 회원들이 22명으로 늘어났고 쌀과 성금을 보태는 후원자들도 생겨났다.

도당동사무소는 회원들의 집과 동사무소 숙직실을 전전하며 도시락을 싸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건물을 증축하면서 3층 한편에 조리실을 마련해주기도했다.

부녀회는 수시로 음식바자 등을 열어 마련한 수익금으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돕는 일도 10년째 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좀 더 여건이 허락한다면 다른 학교의 결식학생에게까지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을텐데…." 라며 안타까워 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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