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활동의 신선한 변화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서울도시철도공사 나영섭(羅永燮) 신임 노조위원장의 파격적인 노조활동 방향 선언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과 시간에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나머지 시간에 노조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나 노조활동비를 스스로 삭감하겠다는 제안 등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노조위원장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포기하고 다른 노조원들과 함께 근로현장을 지키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것은 작금의 노조활동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공사의 노조가 조합원 5000명이 넘는 대형노조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다른 노조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나 위원장은 “노동귀족화 현상을 배격하기 위해 전임대우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그 이유를 말했는데 그가 언급한 노조의 노동귀족화 현상은 우리 노사문화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였다. 회사일을 하지 않는데도 봉급을 줘야 하는 사측의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차별적 신분의식 때문에 조합원들부터도 백안시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노조에 전임자 수가 많으면 생산성에도 영향을 주고 자칫 노동운동이 노조를 위한 활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려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간부들도 일터에서 노조원과 함께 일하기로 한 것은 ‘노조원을 위한 노조’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이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선진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나 위원장의 선언에 대해 여타 노조들이 우리의 현실을 무시한 ‘튀는 행동’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노조간부는 경영인 못지않게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정상근무를 하며 노조일을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운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일부 노조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번 일이 우리 노동운동에 대립과 투쟁이 아닌 상생(相生)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운동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조가 합리적으로 요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용하는, 새로운 노동문화의 싹을 틔운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싹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측 역시 노조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투명 경영, 열린 경영을 통해 기업정보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의 회복이며 이를 위해서는 노사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우리는 나 위원장의 선언을 계기로 ‘노조도, 조합원도, 회사도 잘되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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