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오인 신고소동 빗발…전국 수십건 해프닝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미국 등지에서 탄저균 테러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연일 수십건의 오인신고와 이를 모방한 ‘밀가루 살포’ 장난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17일 오전 10시10분경 경남 사천시 사천읍 정의리 산성공원 내 충혼탑 앞에서 백색가루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보건소 직원들이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전날 오후 공원에서 놀던 청소년들이 장난으로 1㎏들이 밀가루 2봉지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9시경에는 경남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일대 4㎞ 도로에 흰색가루 분말과 덩어리 등이 대량으로 떨어져 탄저균이 포함된 백색가루로 오인한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 흰색가루는 16일 오후 율하리 모 석재공장에서 화강암 석재 폐기물을 차량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석재 부스러기로 밝혀졌다.

이날 낮 12시15분경 대구 동구 검사동 동촌역 앞 네거리 모 예식장 앞길에도 흰색가루가 담긴 흰색 포대가 버려져 있어 경찰이 출동했으나 조사결과 벽돌 타일용 시멘트 가루로 드러났다.

16일 오전 9시경 경기 안산시 원시동에서는 모 기업체 경비원 남모씨가 도로와 건물 옥상, 나뭇잎 등에 백색가루가 뿌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는 인근 기업체 공장 굴뚝에서 나온 건축자재 분진가루로 밝혀졌다.

16일 오후 7시20분경에도 부산 사하구 괴정4동 부산지하철 1호선 사하역 승강장에서 비닐봉투에 싸인 백색가루가 발견돼 전동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으나 군경 합동조사반이 조사한 결과 이는 석고가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11시20분경 대전 동구 자양동 D아파트 앞길에서는 백색가루가 뿌려져 군경 합동조사단이 현장에 긴급출동하기도 했다. 이 흰색가루는 이날 오후 학생들이 가지고 놀던 고무풍선 속에 들어 있던 밀가루로 확인됐다.

15일에는 서울 중구 봉래동 모 빌딩 12층에 입주한 K소프트웨어 개발 사무실에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배달돼 국립보건원이 조사에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백색가루가 들어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B5 용지 크기의 서류봉투 발신자란에 싱가포르라고만 쓰여 있고 수신자란에는 알 수 없는 영문 글자들이 적혀 있어 수상한 생각이 들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원은 지금까지 경찰 등의 의뢰를 받아 모두 11건의 흰색가루에 대해 정밀분석을 했으나 10건은 탄저균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1건은 현재 검사중이라고 17일 밝혔다.

<현기득기자·대구·부산〓정용균·석동빈기자>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