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호법' 인권침해 우려…"감청 허용범위 넓고 규정 모호"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23분


현행법상 감청이 가능한 요건의 범위가 너무 막연하고 광범위해 감청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하대 법학과 원혜욱 교수는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펴낸 ‘도청 감청 및 비밀녹음(녹화)의 제한과 증거사용’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감청대상 범죄는 150여종으로 웬만한 범죄수사에 다 쓰일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특히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하는 감청은 국가안보의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감청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요건을 막연히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정보수집이 필요한 때’라고만 규정, 정치사찰을 위한 감청도 사실상 가능하다는 것.

그는 또 감청을 일반범죄는 3개월, 국가안보 사안은 6개월동안 할 수 있는 데다 연장이 가능하게 돼 있어 일본의 10일, 미국의 30일 등에 비하면 그 기간이 너무 길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감청 남용으로 인한 국민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관련조항들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방안으로는 △마약 유괴 조직범죄 등 범죄대상을 중범죄로 국한 △안보관련 범죄의 특정 △감청기간의 축소 △긴급 감청 후 법원 사후허가제 도입 △피감청자에게 감청사실 사후통보규정 신설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 제출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감청대상을 87개 범죄로 줄이고 긴급감청 시간을 48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며 감청기간도 일반범죄는 1개월, 국가안보 사안은 3개월로 줄이는 것이 주요 내용.

또 ‘국가기관 감청설비 통제조항’을 신설해 경찰 등 수사기관이 감청설비를 도입할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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