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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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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대덕연구단지 내 과학자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과학교육의 ‘혁명’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과학동네 과학교육’ 계획. 과학자들이 초등학교 과학교육에 직접 참여, 강의는 물론 실험도 도와 ‘과학 꿈나무’를 초등학생 때부터 기르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교육혁명 추진〓미국 등 과학선진국의 ‘초등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이 계획은 단지 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재단 정현희(鄭玄熙·40) 지식확산팀장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회준(柳會埈·전자전산학과·41) 교수, 과학교육서비스업체인 ‘아하 사이언스’ 배혜경(裵慧京·40·전 충남대교수) 대표 등 젊은 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연내에 사단법인 ‘참과학교육실천회’(가칭)를 발족시키기로 하고 5월부터 봉암 어은 금성 대덕 문지 전민 등 단지 내 6개 초등학교 과학교사와 학교운영위원장 등을 만나 어린이들의 과학교육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들은 우선 암기와 용어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과학교육이 20∼30년 전이나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 계획내용〓이들은 내년 신학기부터 단지 내 6개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과학자들이 분야별로 참여해 질문답변식으로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연구소 등에서 과학장비를 가져다 실험을 돕기로 했다. 또 교과 내용과 관련이 있는 각종 연구소로 어린이들을 초청해 현장학습도 실시할 계획이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국내외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해 주는 ‘노 훼어(Know-where)’ 교육도 병행할 예정.
참고 모델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초등 과학교육 프로그램(ESEP)’. 조지아 주립대 등 7개 대학은 지역의 69개 초등학교와 자매관계를 맺어 대학생들이 과학시간에 과학장비와 교재 등을 가지고 가서 실험 등을 함께하며 과학교육을 돕는다.
정 팀장은 연구단지의 인적 물적 자원이 넘쳐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교육 인력〓현재 연구단지 내에는 70여개의 정부출연 및 민간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 충남대, 국립중앙과학관, 엑스포과학공원 등 과학관련 기관과 시설이 밀집해있고 여기에서 총 1만6000여명의 고급 과학두뇌가 일하고 있다.
이들의 부인 가운데서도 500여명이 남편과 함께 유학한 이공분야의 석박사 학위 취득자이기 때문에 주부 인력의 활용도 가능하다.
정 팀장은 “단지 내 초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연구원 자녀여서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자원하는 연구원들이 많고 연구단지협의회 측도 시설 사용 등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현재 추진 중인 ‘과학동네 과학교육’을 하나의 모델로 만들어 앞으로 전국의 연구소 및 대학 주변 초등학교로 전파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며 “굳이 노벨상 수상자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어릴 때의 과학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