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감호소 출신 3인조 대기업임원 집 연쇄강도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2분


대낮에 대기업 회장 등 기업 경영진의 집을 주로 골라 강도행각을 벌인 일당 3명이 붙잡혔다. 이들 중 2명은 88년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집을 털다 붙잡혔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4월부터 8월까지 서울 시내 대기업 임원들의 집을 돌며 3차례에 걸쳐 43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로 한모(50) 길모씨(43) 등 2명을 붙잡아 12일 구속했다. 일당 중 한모씨(39)는 8월에 먼저 붙잡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7월20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모 중견기업 회장집에 들어가 혼자 있는 부인을 위협, 통장을 빼앗아 은행에서 현금 1900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들은 7월24일에도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 기업 사장집에 선물배달원을 가장해 “프랑스 지사에서 선물을 보내왔다”며 들어가 흉기로 가정부 등을 위협한 뒤 1200달러(약 160만원)와 귀금속 등 1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들은 또 8월2일 오후 2시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다른 기업 전 이사 집에 들어가 부부를 넥타이 등으로 묶고 인질로 삼은 뒤 집주인의 외환카드로 1500만원을 대출받아 달아났다는 것.

이들은 한국경제연감 재계인사록을 보고 단독주택에 사는 대기업 임원들의 주소를 20여 곳 뽑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아파트나 빌라보다는 경비원이 없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할 것으로 판단한 것.

이들은 대기업 직원으로 보이기 위해 모두 양복을 입었으며 쉽게 달아날 수 있도록 한 명은 집 밖에서 차를 세워둔 채 기다렸다. 또 초인종을 눌러 가정부 등 여성이 대답하면 회사나 지사에서 선물 등을 가져왔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남성이 받으면 그대로 달아났다.

이들은 신고를 못하게 하려고 두 곳에서는 집주인이나 친척 여성을 성추행하고 이 모습을 미리 갖고 간 캠코더에 담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중 두 한씨는 88년에도 다른 2명과 함께 서울 은평구 J의원 집에 들어가 범행을 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장을 흉기로 찌른 뒤 붙잡히기도 했다.

두 한씨는 각각 징역 12년, 10년형을 선고받고 청송감호소에 수감됐고 여기에서 복역 중이던 또 다른 피의자 길씨를 알게 돼 지난해와 올해 각각 출소한 뒤 이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 기업 대표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에 ‘불쌍한 인생들에게 온정을 베푸셨다고 생각하고 용서하시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대담함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분명하게 찍힌 캠코더를 범행현장에 떨어뜨리고 가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혔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