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장관들 뭐 했나]정부 ‘뒤통수’ 맞고도 無대책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49분


“외교통상부장관은 자리에 없고, 해양수산부장관은 비전문가에다가 자꾸 바뀌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파문 등에 묻혀 있던 남쿠릴 수역 꽁치분쟁이 고이즈미 총리의 15일 방한을 앞두고 폭발하자 정부 주변에서는 두 부처의 장관과 잦은 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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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승수(韓昇洙)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을 맡으면서 9월 이후 장관실이 사실상 비어 있는 외교부는 잇단 대일(對日) 외교 악재(惡材)에 우왕좌왕하며 파문을 최소화하는데 급급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최성홍(崔成泓) 차관이 장관 대리를 하고 있지만 외교가 격(格)을 중시하는 데다 잡다한 외교부 살림살이를 도맡고 있는 차관의 업무량을 감안할 때 상황이 벌어지면 기민한 대응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매일 국내 상황을 보고받고 관련 지시를 내리고 있다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외교 상황 속에서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민주당 장성민(張誠珉)의원도 지난달 28일 외교부 국감에서 “외교사령부를 지휘해야 하는 외교부장관이 유엔 업무 때문에 장기간 국내를 비우게 됨으로써 상당한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들은 외교부장관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장관은 벌써 4번째 장관이다.

해양수산부도 장관이 너무 자주 바뀐 데다 대부분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이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장관은 유삼남(柳三男) 현 장관이 6번째 장관일 정도로 자주 바뀌었다. 그나마 이항규(李恒圭·2000년 1∼8월 재임) 전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인 출신.

따라서 장관들이 어업협상 같은 전문적 현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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