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박순석 신안그룹회장 수수께끼 발언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37분


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 회장은 자신이 구속된 배경과 관련, 검찰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손을 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또 언론이 정치권과 이번 사건을 연루시키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26일 검찰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이동하면서 “정치권은 아니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검찰이다”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이 사건의 성격은) 이용호 게이트와 비슷하다” “내가 검사장은 모를 것 같으냐?”는 말을 불쑥 내뱉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25일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다 기자들에게 “나를 집어넣기 위해 (검찰이) 짜깁기 수사를 했다” “(나의 구속은) 금품과 관련이 있다”는 말과 맞물려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박 회장은 또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보다 골프매너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경기를 했던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다”며 “박 회장은 리베라 골프장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이 경계선을 벗어나는 OB가 나면 주머니에서 몰래 다른 공을 꺼내놓고 치는 ‘알까기’ 수법뿐만 아니라 캐디를 시켜 그린에서 다른 사람의 공을 놔 줄 때 홀과 살짝 다른 방향으로 놓게 해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캐디들에게도 거칠게 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박 회장은 자신과 친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골프모임인 ‘백두회’ 회원들에게는 부킹을 보장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회 한 회원은 “박 회장과 함께 경기하는 게 즐겁지는 않았지만 회원권이 있어도 주말부킹은 힘든데 박 회장에게 돈 100만원 잃어주고 부킹을 보장받으면 이익이라는 생각에서 함께 라운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6일 박 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인물들은 단순 친선경기 차원에서 박 회장과 골프를 즐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영장이 기각된 한 사람은 “박 회장과 사업상 만난 것은 아니다. 박 회장 소유의 리베라 CC 특별회원권 2개를 구입하면서 알게 됐고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 와 2번 골프를 했을 뿐 내기골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인사들은 한사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수원지검 강력부(김홍일·金洪一 부장검사)는 27일 “박 회장 등 3명에 대해 29일경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영장이 기각된 3명에 대해서는 영장을 재청구하지는 않기로 했으며 수사를 확대할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