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H아파트 육교설치 논란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50분


“통학 어린이들을 위해 육교를 설치하랬더니….”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H아파트 주민들은 단지와 고작 10m 떨어진 지점에 설치되고 있는 육교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4.5m높이의 육교에 올라서면 2개동에 걸쳐 5층이하 가구의 거실이나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단지 3층 김효신씨(34·여) 집 거실과 안방에서는 육교공사 인부의 말소리와 손놀림 하나까지 선명하게 들리고 보인다.

의정부∼포천 43번 국도가 지나가는 이 단지 건너편에 99년 솔뫼초등학교가 문을 열자 주민들은 통행량이 워낙 많은 도로라 어린이들 통학을 위해 육교를 설치해달라고 의정부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경 가구별로 육교설치 주민동의서가 돌았고 올 5월 육교설치 공사가 시작됐다.

주민들은 육교가 ‘당연히’ 단지에서 30m가량 떨어진 공터와 학교입구를 연결하는 위치에 설치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작 공사를 위해 가로수가 뽑힌 위치는 단지 정중앙이었다.

주민들은 위치선정을 다시 해달라는 민원을 시에 제기했으나 ‘입지 여건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육교에서 집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해 10월초 개통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인데다 공사가 끝나가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가림막이 설치되어도 주민들의 노출 불안감은 여전할 것이고 육교가 우범지대화할 위험만 높다”며 “상식적인 위치를 외면한 시관계자들이 이곳에서 생활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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