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政官-금융계 외압 의혹

입력 2001-09-24 18:13수정 2009-09-1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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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99년 5∼7월 담보 가치가 급락할 수 있는 주식이나 전환사채(CB)를 맡기면서 계열사 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A은행 여의도지점에서 67억원대의 개인 대출을 받은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계열사 직원 19명의 명의로 받은 대출금의 대부분은 1인당 2억6000만∼3억원으로 G&G측이 은행 본점의 심사를 받지 않고 지점 단독으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대출 금액을 3억원 이하로 분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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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에 대한 공소장에는 이씨가 횡령한 돈이 B, C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빌린 10억원대를 갚는데 사용됐다는 사실이 3차례 언급돼 있어 이씨가 정관계 고위 인사 이외에 금융권에도 편법대출을 위한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주 말 A은행에서 대출 관련 서류를 넘겨받아 이씨의 대출 과정 및 사용처에 대해 수사중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씨 계열사 자금 일지에 따르면 이씨는 99년5월3일∼7월9일 모두 22차례에 걸쳐 A은행 여의도지점에서 1억8400만∼6억7000만원씩 모두 67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가운데 CJ무역이 5월3일 6억7000만원을 빌린 것 등 2건을 제외하면 모두 3억원 이하의 개인 대출이다.

이씨는 당시 채모씨 등 자금담당 직원이나 김모씨 등 여직원을 통해 대출받으면서 모두 계열사인 대우금속(현 인터피온)이나 KEP전자의 주식과 CB를 담보로 맡겼다.

그러나 은행이 가계대출 때 주식이나 CB를 담보로 잡아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유가증권의 담보 가치를 평가할 때도 회사의 재무구조 또는 주가에 대한 심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중 은행 대출 담당자는 “주가가 4일만 하한가로 떨어지면 담보 가치는 반으로 준다”며 “주식 가격은 워낙 변동이 심해 신용대출 때 추가담보 정도로만 받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또 “대우금속이나 KEP전자처럼 회계감사 때 ‘한정’이나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의 주식은 ‘시장가격’이 있더라도 정상 담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 은행 대출심사역은 “같은 지점에서 2개월 사이에 22건의 대출이 2개 회사 주식이나 CB를 담보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면 지점장이 앞뒤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은행원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당시 지점장 고모씨는 “이씨를 전혀 알지 못했고 대출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보가 입수한 이씨 전화손님 리스트에 따르면 여의도지점 대출 심사자인 백모씨는 99년5월21일, 지점장은 6월9일 G&G 회장실에 전화를 걸어 지점 전화번호 등을 남긴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이후 계열사 전환사채 수백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사고때 파장이 큰 은행 대출금을 우선적으로 갚은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A은행측은 “여의도에서는 지역 특성상 주식이나 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 많고 67억원도 모두 상환받았다”면서 “당시에는 개인들이 주식이나 CB를 들고 왔기 때문에 시장가치로 평가해 대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은행측은 또 “가계대출은 용도를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이 이씨에게 넘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여 “22명이 특정 회사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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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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