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리빙TV' 사고팔기 시세차익 70억 행방 의혹

  • 입력 2001년 9월 24일 06시 28분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계열사인 KEP전자를 통해 지난해 유선방송채널인 ‘리빙TV’를 매입한 뒤 특정회사와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해 7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23일 밝혀졌다.

당시 거래 상대회사의 전무였던 윤모씨가 이씨 계열사의 비상임이사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씨와 윤씨가 미리 짜고 리빙TV 주식을 사고팔면서 거액을 챙겼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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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씨가 어떻게 리빙TV를 인수하고 넘겼는지, 그 이익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빙TV 인수 및 지분 매매〓이씨는 계열사인 KEP전자를 통해 99년 12월 교통안전공단이 경영 악화로 매각을 결정한 유선방송채널 ‘리빙TV’의 입찰에 참여해 KBS영상사업단을 제치고 91억원에 낙찰받았다.

이씨는 이어 지난해 초 리빙TV를 광주에 근거지를 둔 로케트전기 계열의 로케트캐피탈에 매각했다. 정확한 매각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본보가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리빙TV를 인수한 로케트캐피탈은 같은 해 4월11일 회사 이름을 ㈜리빙TV로 바꾸고 보름 뒤인 26일 리빙TV의 주식을 모두 이씨에게 다시 매각했다.

당시 이씨는 리빙TV 주식 30만주(액면가 5000원, 자본금 15억원)를 20억원(주당 6700원)에 매입했다. 이씨는 이틀 뒤인 28일 리빙TV에 대해 73억7000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88억7000만원으로 늘렸다. 이씨는 다시 5일 뒤인 5월 3일 리빙TV 지분 50%를 로케트전기에 85억원(주당 약 9500원)을 받고 되팔았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 리빙TV의 나머지 지분 50%를 79억8300만원(주당 9000원)에 제3자에게 팔았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4월 이후 리빙TV에 93억7000만원(매입대금 20억원+증자 73억7000만원)을 투자해 164억8300만원에 되팔아 1년도 안 돼 7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의혹〓의혹의 핵심은 △이씨가 어떻게 리빙TV를 인수했는가 △왜 이씨와 로케트전기가 리빙TV를 사고팔기를 3차례나 반복했는가 △왜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이씨는 수십억원의 이득을 본 데 반해 로케트전기는 그만큼의 손해를 ‘자청’했는가 하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씨가 로케트전기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면계약으로 로케트전기측에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이득을 안겨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무리한 거래 뒤에는 이면계약 등으로 그만큼 보상책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환사채가 그 매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가 로케트전기와 리빙TV 사고팔기를 반복할 당시 로케트전기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이었던 윤씨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씨는 당시 이씨의 계열사인 대우금속의 비상임이사였으며 이씨가 로케트전기에서 리빙TV를 재매입할 당시 리빙TV의 대표였다. 윤씨는 정관계 인사들과도 교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리빙TV가 올해 1월 마사회에서 경마중계권을 따낸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로케트전기측은 본보의 반론 요청에 대해 “대표이사를 통해 말하겠다”고 했으나 대표이사는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다.

<이명건·민동용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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