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는 '깃털' 진짜 '몸통'은 김형윤 사건"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26분


“지앤지(G&G) 회장 이용호씨 사건이 ‘깃털’이라면 ‘몸통’은 국가정보원 전 경제단장 김형윤씨 사건이다.”

이씨 금융비리 사건의 경우 검찰 내 특별감찰본부까지 설치돼 수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김씨(현 국정원 산하 정보학교 교수)의 5000만원 금품수수 사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두 사건의 비중이 뒤바뀌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두 사건 모두 서울지검 특수2부가 혐의를 잡고 수사를 하다가 불입건 처리하거나 중단했지만 그 과정과 현재 검찰이 느끼는 부담 등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씨 사건이 마무리될 때는 검찰 내부적으로 별 파문이 없었지만 김씨 사건의 경우 내홍(內訌)이 심각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지난해 말 시작된 김씨 사건 수사를 두고 올해 중반까지 수뇌부와 수사 검사들간에 대치상태가 이어졌다”며 “수뇌부에서도 사건 처리에 대한 보고 경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수뇌부는 김씨를 소환 조사할 경우 국가기관간 대립으로 비쳐지는 데 대한 우려와 국정원 자체 처벌이 임박했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를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검사들은 한때 김씨가 사표를 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표 제출 뒤에 김씨를 소환할 방침을 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김씨는 올해 6월 정보학교 교수로 발령이 났고 검사들의 소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이씨 사건의 경우 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시작, 이씨를 구속하고 난 뒤 비호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할 말이 있지만 김씨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수사가 재개돼 수사중단 이유를 밝히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김씨가 정치자금과 관련해 정치권 실세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검찰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씨 비호 의혹의 경우 돈이 오고 간 게 나오지 않는다면 수사미진 책임을 물어 징계하는 선에서 끝내면 된다”며 “그러나 김씨 사건은 그 실체를 파헤치면 조직전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검찰은 지난주 김씨 사건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나 25일로 예정된 대검 국정감사 이전에는 김씨를 소환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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