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씨 권력층과 수시통화…국정원-대검-청와대간부 등

  • 입력 2001년 9월 18일 13시 41분


600억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으로 구속된 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는 99년을 전후로 국가정보원, 검찰, 청와대, 국회의원 등 권력기관 고위 인사들과 폭넓게 ‘교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용호씨 전화손님 리스트에 따르면 99년4∼6월 김형윤 국정원 경제단장(이하 당시 직함·현 국정원 산하 정보학교 교수), 대검찰청 이귀남 부장검사(현 서울지검 형사1부장), 청와대 오상범 국장(현 웨딩TV사장), 민주당 조홍규 의원(현 관광공사사장)이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명단은 G&G 회장 비서실 여직원 A씨가 이씨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은 전화손님 명단을 간단한 용건과 함께 시분(時分) 단위까지 기록한 것이다.

명단에 따르면 국정원 김 단장은 99년6월8일 전화를 걸었다가 이씨와 통화하지 못했다. 여비서 A씨는 이때 “김형윤-국정원 3412-32**”라고 적어뒀다.

이 부장검사는 5월11일 전화를 건 뒤 “대검찰청 이귀남검사님 3480-22**”이란 메모를 남겼다. 청와대 오 국장은 6월3일 전화를 걸었고 A씨는 “오상범 770-00**”라고 기록했다. 조의원은 4월6일, 5월10일, 17일 3차례 이씨와 채 모부장을 찾는 전화를 걸었다. 조의원은 아무런 메모도 남기지 않았다.

이씨 계열사 스마텔, 인터피온(전 대우금속)의 사외이사였던 서울시정신문 도승희회장은 같은 기간 이씨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와 ‘동교동, 일산 잘 다녀왔음’ 등의 메모를 남겼다. 특히 도회장은 ‘국세청 안차장님 참석 여부’(5월4일) ‘국세청장→안정남, 오후 발표→꽃’(5월24일)이란 메모를 남겼다. 이는 “국세청장에 안정남씨(당시 국세청차장·현 건설교통부 장관)가 내정돼 이날 오후 발표될 예정이니 축화 화환을 준비하라”고 충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개각 내용이 발표되기도 전에 여권 일각을 통해 흘러나와 로비 공략 대상을 찾던 이씨에게 흘러 들어갔으며, 안정남 당시 국세청차장도 이씨와 알고 지냈거나 적어도 이씨가 로비의 대상으로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도회장은 또 6월19일 ‘동교동 상임이사님이 대구동아백화점 행사중’이라고 메모를 남기는 등 여권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이씨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이 기록은 통화가 성사되지 않아 메모만 남긴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통화가 이뤄졌지 않았겠느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씨 계열사 사장 출신인 B씨는 이씨의 교제 방식과 관련해 “특정 고교 동창회 간부인 R기업 Y씨를 통해 이 고교 출신 고위 인사를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단장은 “이씨와 광주상고 동문이라 알고 지낸 적이 있을 뿐 그 이상의 관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전화를 건 기억이 없다. 99년 친구 소개로 이씨를 한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워낙 소문이 나빠 발을 끊었다”고 해명했다. 도회장은 “이씨와 99년 당시엔 가까웠지만 나는 배신당했다. 안정남장관도 4년전 안장관이 국장 시절 만난 뒤 얼굴도 못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국장은 기자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되지 않았으며 조 의원은 국정감사 참석으로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바로잡습니다▼

오상범 웨딩TV 사장은 3주 전 퇴사해 전 웨딩TV 사장이 맞습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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