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고위층 가족' 챙겼다

  • 입력 2001년 9월 18일 06시 17분


이용호(李容湖)씨가 금융감독원 김영재(金暎宰) 부원장보의 친동생에게 자신이 소유한 상장기업 인터피온(옛 대우금속)의 전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원장보는 99년 이씨를 인터피온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지검에 수사 의뢰한 바 있어 ‘주가조작 사범을 적발한 1년 뒤 주가조작 대상이 됐던 회사에 동생을 취직시켰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인터피온에 따르면 김 부원장보의 동생 김모씨는 지난해 4월 인터피온 전무로 취임했다가 11월 이후론 거의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 김씨가 출근 횟수를 줄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은 형 김 부원장보가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서울지검에 구속된 시점이다.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출근은 거의 안했지만 급여는 올 5월말까지 지급돼 김전무의 취업이 업무 능력 때문이 아니라 ‘로비의 연장’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게 됐다. 그는 17일 통화에서 “월 350만원 정도의 급여를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3년간 미국 뉴욕에서 개인사업을 해왔으며 1년쯤 전 귀국해 곧 인터피온에 취직했다.이 때문에 김씨의 상장사 전무 취업은 이씨의 ‘고위층 가족 챙겨주기’ 방식이 되풀이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원장보는 이에 대해 “(동생 취업은) 전혀 몰랐다”며 “내가 잡아넣은 회사에 동생을 취직시킬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동생 김씨도 “내가 내 능력으로 취업했을 뿐”이라며 “형이 주가조작 혐의로 적발했던 회사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형이 구속된 뒤 취재기자들과 접촉하는 등 직접 사건 뒷바라지를 하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동생에게 “사장 자리를 주겠다”며 접근했다고 신 총장이 지난 주말 공개했었다. 임휘윤(任彙潤) 전 서울지검장(현 부산고검장)도 “내 조카뻘되는 친척이 이씨 계열사에 99년부터 취업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러나 로비의 대상이 될 만큼 높은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또 김태정(金泰政) 전검찰총장은 이씨가 검찰에 긴급체포된 지난해 5월9일 그날 즉시 선임계 없이 이씨의 변호사로 선임됐으며 다음날인 10일 오전 임 전 서울지검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화 내용과 관련, 임 전 서울지검장은 “‘선처’부탁을 받았다”고 말했으나 김 전총장은 “법률적으로 잘 검토해보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이씨는 그날 오후 체포된 지 36시간만에 전격적으로 풀려났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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