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환씨 체포의미]이용호씨 비호세력 고리 찾았나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54분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지앤지(G&G)의 이용호(李容湖·구속수감) 회장 금융비리 사건 수사과정에서 ‘여운환’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것은 향후 수사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씨는 한때 광주지역의 유력한 폭력조직에도 관여했던 중견 사업가로 정관계 인사들과 교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거물급’이다. 따라서 그의 등장은 이 사건에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회장 사건이 정관계의 배후 및 비호세력 수사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씨의 등장은 이 회장 구속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검찰은 3일 이 회장을 구속하면서 구속영장에서 여씨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이 회장의 횡령금액 사용처를 일부 밝히면서 1억5200만원이 여씨에게 진 빚을 갚는 데 쓰였다고 기록했다. 이 회장과 여씨의 자금거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검찰은 여씨의 관여 정도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여씨는 피해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신중한 태도는 여씨의 비중으로 볼 때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여씨는 92년 광주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국제 PJ파’를 이끌면서 슬롯머신 사업 등 각종 이권사업에 손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었다. 당시 그를 구속한 사람은 그 이듬해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주도한 홍준표(洪準杓·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검사였다.

여씨는 대법원에서 범죄단체조직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폭력행사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슬롯머신 사건 수사 당시에는 검찰 간부가 여씨와 친분을 맺었던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내기도 했다. 광주지검 사건과장 최모씨가 ‘여씨의 권유로 슬롯머신 업소 지분에 투자해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검찰은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해오다 최근 이 회장의 돈 20여억원이 여씨에게 건네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여씨의 관계를 밝혀낸 검찰은 나아가 이 회장의 배후 비호세력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씨는 지난해 이 회장이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를 받을 때 “이 회장을 돕겠다”고 직접 나섰으며 검찰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시 서울지검이 이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과 긴급체포를 하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를 끝낸 배경이 밝혀질지도 관심거리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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