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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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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수원시내 J서점에서 구입한 화약류 관리 제조책자를 보고 ‘초유 폭약’ 제조 공법을 독학하는 등 3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郭大瓊) 교수는 “사회에 대해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사회의 공식적인 갈등해결 시스템을 불신하고 폭력적인 수단에 의지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면서 “팽배한 개인들의 불만을 중간중간 해소할 수 있는 ‘안전밸브’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최근 사형이 집행된 미국 오클라호마주청사 폭탄 테러 사건의 존 맥베이를 떠올리며 전율했다.
▽사고발생〓14일 오전 9시 40분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수원시청 서문 화단 부근에서 김정의(金正義·61·노동·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 정자택지지구 가이주단지 다동 105호)씨가 손수레에 싣고 온 사제폭발물을 터뜨렸다.
손수레 손잡이에 흰색 노끈으로 몸을 묶은 상태였던 김씨는 얼굴과 가슴, 배 등 상체에 파편상과 화상을 입어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폭발로 시청 본관 서쪽현관 창문과 1∼4층 사무실 유리창 12장이 깨졌으며 인근에 주차됐던 시청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2대가 파손됐다.
김씨가 터뜨린 폭발물은 질산 암모늄성분의 비료(94%)와 경유(6%)를 혼합한 것으로 50ℓ들이의 은백색 스테인리스 통에 밀폐상태로 담겨 있다 라이터로 뇌관에 불을 붙여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현장〓폭발직후 서문 화단 경계석에는 김씨가 흘린 피와 화공약품으로 보이는 분말이 하얗게 바닥을 뒤덮었으며 산산조각이 난 리어카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찢겨진 스테인리스 통이 나뒹굴었다. 폭발이 일어나자 1층 민원실과 각 과 사무실에 있던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폭발음은 시청에서 반경 300여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커 시청과 경찰, 소방서에는 인근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범행동기〓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씨는 정자택지 1지구 내 가이주단지에서 살며 국가로부터 받는 월 24만6000원과 공공근로, 폐지수거 등으로 혼자 생계를 유지해 왔다.
정자택지 1지구는 97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4월 준공됐으며 가이주단지에는 세입자 21가구가 입주해 있다. 수원시가 4월 30일자로 발송한 가이주단지 입주자 퇴거 안내문을 통해 8월까지 집을 비울 것을 요구하자 김씨는 이주할 곳이 없어 “이주비를 달라”고 요구해오다 이날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수원시가 나를 속였다. 이주보상비 700만원을 주지 않는다”며 경찰에서 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나 수원시 관계자는 “김씨는 이주비를 받을 자격이 없고 가이주단지에 택지지구 내 공원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이주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원시가 택지지구 내에 지난해 10월 조성한 16평형 임대아파트에 보증금 1700여만원이 없어 입주하지 못했다.
▽경찰조사〓경찰은 김씨가 수원시에 불만을 품고 자살로 항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폭발물 제조책을 보고 폭발물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집에서 화약류 제조관리 책자 2권을 수거했다.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스테인리스 통을 수거했으며 김씨를 상대로 폭발물제조 및 폭발동기 등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치료가 끝나면 폭발물사용죄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